정종배 시

가래

정종배 2018. 8. 26. 04:31

 

 

 

가래/정종배

 

 

어제 저녁 산책길에

생애 처음

아홉개

가래를 주워 왔다

선물할 마음으로

닦고 닦아 물기를 제거하고

크기와 모양을 맞춰가며

짝을 지어 식탁 위에 말려 놓고

잠자리에 들었다

 

짝이 없는 녀석이 안됐다

곰곰이 궁싯거리다 일어나

서로서로 등지게 놓으니

마음이 동그랗게 놓였다

 

아이들을 둥글게 살아라 가르쳤을까

이 세상 헛살지 않았나

창 밖을 내다보다

7월 백중 보름달이

별들과 둥글게 손을 잡고

구름 몇 점 불러놓고

괜찮다 환하게 웃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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