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종배 시

주일미사

정종배 2018. 8. 25. 15:28

 

 

주일미사/정종배

 

 

아픈 엄마 뒤따라

함평읍내 성당에 다녔다

국민학교 2학년 겨울방학

첫영성체 받으러

시오리길 둘째성과 오갔다

 

주일미사 영성체 모시기 전

고백성사 의무였다

죄 지은 게 없는데

고백소 앞에서 무릎꿇고

어떻하지 어떻하지 이리저리

어린소견 궁리하다

 

삼형제 앉혀 놓고

할머니 말씀 잘 듣고

형제간에 다투거나

아버지 맘 상하시게 허지 말고

학교 잘 다니며 공부도 좀 하라 당부하고

외가에 병 구완 중인 엄마의 말씀을 어겼다고 고백하면

 

미국 출신으로 추운데 성당에 온다고

의자에 앉히고 언몸을 녹여주려 발바닥을 문지르다

구멍난 양말을 보시고

구호품인 미제양발 내주신

외방선교회 소속인 한신부님

 

그래요 할머니 아버지 말씀 잘 듣고

형제간에 잘 지내야

어머니 병 빨리 나아아요

 

크리스마스 선물 받은 미제 과자 쵸코렛 껌

한 보따리 품에 안고

30리길 줄달음쳐 외갓집

엄마 앞에 내놓고

얼른 집에 가자 조르던 철부지가

때를 써도 괞찮을

목백일홍 꽃향기 무너질 때

집에 와 처음 쑤시던

팥칼국수가 그리운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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