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종배 시

국행수륙재

정종배 2018. 8. 30. 04:08

 

 

 

 

국행수륙재/정종배

 

 

올 여름 기록이란 기록을 다 갈아치운 최악의 폭염에도

죽지 않고 끝내 버틴 바위틈새 제비꽃

두 녀석을 먼저보낸 일곱형제 대견해

 

산책길 뿌리는 살아 있어 달라고 삼배를 올렸다

 

진관사 국행수륙재 입재날

선남선녀 청정하게 대접하여

성불 길을 열기 위해

 

일주문 해탈문 지나서 아미타불까지

울력으로 길섶 풀을 뽑으면서

 

또랑시인 시원인 제비꽃

잎이 가장 튼실한 세 뿌리를 없애버려

 

마음에 수륙사 세 채를 새로 모셔

제비꽃 영혼을 천도하는

빗소리 난무하는 가을밤

 

먼 길 떠난 다섯과

비실거려 눈에 띄지 않아 살아남은

두 형제의 성불을 바라는

가을비 기도문을 밤새 따라 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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