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종배 시

실밥을 뽑으며

정종배 2018. 8. 31. 03:16

 

 

 

 

 

실밥을 뽑으며/정종배

 

 

밥심으로 살아왔다

새 길은 늘 밥을 먹기 위한 강행군이었다

지름길은 엄두가 나지 않고

남은 길도 마찬가지 아닐까 팍팍하다

 

실밥으로 발등이 배부르다

좌우 균형이 맞지 않아

걷는 길이 불편했지만

지나온 나날과 세상이 기울어져

그런대로 견딜만 하였고

여덟바늘 실밥의 밥심으로

두 주 동안 물도 없이 버티었다

실밥 뽑고 칠일 더 물맛을 보지 못해

물티슈로 시늉만 씻어내 샌들 끌고다닌

근 두 달 출퇴근길 전철에서 불편했다

 

상처입은 사랑은 실밥으로

구멍난 가슴을 꿰매보자

지나보면 잘 마른 개미진 삶이다

 

꽃도 밥을 먹는다

꽃가루를 꽃밥으로 벌나비

바람과 산짐승이 먹는다

숲에 들면 사람이 향기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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