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밥을 뽑으며/정종배
밥심으로 살아왔다
새 길은 늘 밥을 먹기 위한 강행군이었다
지름길은 엄두가 나지 않고
남은 길도 마찬가지 아닐까 팍팍하다
실밥으로 발등이 배부르다
좌우 균형이 맞지 않아
걷는 길이 불편했지만
지나온 나날과 세상이 기울어져
그런대로 견딜만 하였고
여덟바늘 실밥의 밥심으로
두 주 동안 물도 없이 버티었다
실밥 뽑고 칠일 더 물맛을 보지 못해
물티슈로 시늉만 씻어내 샌들 끌고다닌
근 두 달 출퇴근길 전철에서 불편했다
상처입은 사랑은 실밥으로
구멍난 가슴을 꿰매보자
지나보면 잘 마른 개미진 삶이다
꽃도 밥을 먹는다
꽃가루를 꽃밥으로 벌나비
바람과 산짐승이 먹는다
숲에 들면 사람이 향기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