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우리공원(인문학)/망우인문학

가래 두 알 굴리기(유핵추) - 통일을 꿈꾸며

정종배 2018. 9. 7. 03:47

 

 

가래 두 알 굴리기(유핵추)-

통일을 꿈꾸며/정종배

 

올 여름 처음 만나

굴리고 비비고 부딪쳐

제2뇌인 두 손을 일깨우는 가래 두 알 고맙다

 

처음엔 올해 열린 햇열매

골이 깊고 또렷하며 모양이 잘 빠진 큰 두 알

얼른 집어 짝을 맞춰

날선 소리 빚어내

마음까지 상쾌하게 울렸다

 

몇년 묵어 알이 비고 골이 무뎌

외면받은 작은 알과 큰 녀석

가까스로 짝을 이뤄

가만히 굴리고 비비니

소리가 해맑고 부드럽다

마음도 환해져 느긋하다

 

크고 보기 좋고 싱싱하다 그악스레 맞부딪쳐

손이 편치 않고 아팠다

 

작고 낡아 오래됐다 조심스레 맞부딪쳐

손이 편고 자유롭다

 

우리네 사는 일도 마찬가지 아닌지

멧돼지도 어금니 나간다 피하는

작고 맵찬 가래를

껍질 까고 손질하여 손안에 쥐고서 굴렸다

어울리지 않을 듯 싶더니만

주변의 걱정을 잠재우고

잘 어울려 사는 법을

30년 산행 헛돌고

이제야 깨달아

좀더 일찍 만났으면 좋았겠다

 

사는 게 다 이렇지만

 

올 가을

눈 밝은 이들이

덮어놓고 주어 가

굳은 손 맞갖게 풀어주는

가래 두 알이길 빌어본다

 

남과 북이 어울려 손잡고

가래 두 알 굴리며

함께 비비고 어서 부딪쳐

맞갖게 살아가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