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종배 시

학의 둥지 새터에 깃들다

정종배 2018. 10. 7. 22:24

 

 

학의 둥지 새터에 깃들다/정종배

 

이른 새벽 어머니가 차려주신

뜨거운 밥을 먹고

이슬과 서리를 털어내며

고개 넘고 들을 지나 다리 건너

두 다리로 짱짱하게 걷거나

두 바퀴 은륜의 자전거 돌리고

네 바퀴 괘도버스 통학차 오르내려

일제 시대 신사 터에

군민의 정성으로

학의 둥지 깃든지 70여 성상

 

고막원 똑다리 밑에서 주어와

사포에서 한몸을 이루는 물소리로

장마철 물외 크듯 쑥쑥 자라

산꼭대기 첫 햇살 반겨 맞는

노을과 구름을 부지런히 좇다가

황토밭 밤고구마 머리통만하게 밑들어

꼭 필요한 된사람으로 거듭 나

 

언제 어디든 누구에게나

자신을 소개할 때

학다리 나왔다고

자랑스레 전설을 풀어내면

한 번 들은 학다리 잊지 않고

한결같은 사랑으로 안아준다

 

영산기맥 대명당 곤봉산 대하마을 새터에

나산고 함평여고 학다리고

항꾼에 발을 맞춰

함평학다리고로

배움의 터전 새로 자리잡아

기산영수 소부와 허유의 지와 절을

고산봉 필봉으로 귀얄붓질

세계를 휘어잡을 학의 비상

 

숲쟁이 천연기념물 나무들

늘 푸른 기상으로

어진 세상 가슴에 넘쳐나

나비떼 바람으로 춤을 추며

우주를 풍요롭게 살리는 인재로

대동댐 토하젓 곰삭은 향기와

함평한우 홍두깨살 육회를

나비쌀 고봉밥에 쓱쓱 비며

온 세상 평화를 위하고

 

술항개 엽삭젓 죽 찢어

찬물 말아 드시고

밥심으로 우뚝 서서

함평만 뻘낙지와 감태맛

돌머리 곰솔밭 솔바람을

물들이고 배어든 서해노을

함평학다리고 샛별들의 새길을 헤아려

 

영산강 사포나루 참숭어 뛰어올라 달디단 뻘밭같은

기어이 오고야말 대동세상

다 같이 뜸숙하게 손을 잡고

함평천지 뿌사리 걸음으로

온누리 당당하게 걸어가자

 

2018. 10. 21 정종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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