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우야/정종배
종찬아
불러 본 지 얼마만이냐
성 잘 있었서
술에 젖은 목소리가 그립다
네 빠진 이 사이로 피식 새는
웃음 소리 듣고 싶어
단풍든 마실길을 걷는다
수륙재 준비하며 싹둑 뽑힌
장수꽃은 어린잎을 보란듯이
제 자리에 기운차게 솟아나
늦가을 달빛을 즐기고 있구나
물소리는 달빛의 부서진 조각을 기우는지
바람없는 수해바다 단풍잎 속삭이는 소리를
시늉하듯 사각이며 흐른다
달님을 맞으려 기다린다
능선을 넘어 뜨는 달은 곱고 이쁘다
너도 어느 집 귀한 자식으로 태어나
술이 삶을 지배하는 생이 아닌
잘 익은 소주를 즐기는 나날이길 빌어본다
편의점 의자에 홀로 앉아
네 대신 달님 한 잔 나 한 잔 소주를 마시며
달빛을 빈 술잔에 쓸어담아
보고 잡은 마음 달래 홀짝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