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해바다/정종배
달빛이 단풍잎 품 속을 파고든다
단풍잎도 어쩌지 못하고
제 몸을 놓아 버린다
내년 봄 새 잎과 꽃을 볼 수 있다는 걸
알기나 한 듯
한 잔 걸친 얼굴로
사람을 불러 모아
산이 미어 터진다
단풍의 절정은 죽음의 파티다
사람의 운명도 이렇듯 굿판을 벌리어
구경거릴 제공하면
오즉이나 좋으련만
예고없는 죽음에 슬픔이 가득 핀다
단풍잎 휘날리는 수해바다
죽음을 한 잎으로 뱉어내는
화장장 화려찬란 불가마
생명의 꽃눈 잎눈
겨울 지나
봄볕을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