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의 날/정종배
올해 들어
출근길
전동차 안에서
지인분께
SNS로
시 한 편 올린다
은사 구상 시인의
등단 하든 하지 않든
문단에 기웃거리나
패거리 좇지말며
기회가 닿는대로
발표지 구분말고 발표하다
죽은 뒤라도
한 구절 남기면 행복하다
말씀 좇다
나이든 요즈음
전업작가 맛이 이런건가
시식하며 간을본다
눈 밝은 동기가
네가 쓴 쓰레기는 볼 필요 없다는 칭찬으로
불망이에 기름 부어
횃불을 높이 들고
낯 두껍게
출퇴근길 시 삼매경에 빠진다
곱게 봐주신 분들의 평강을 빌며
그렇게 매일 술술 써지냐
물으면
넌 밥 먹고 똥 안 싸냐
되묻는다
매일아침 한 편씩 밀어내는 또랑시인 치기를
너그러이 용서하시옵길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