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종배 시

수해바다

정종배 2018. 10. 29. 10:23

 

수해바다/정종배

 

 

달빛이 단풍잎 품 속을 파고든다

단풍잎도 어쩌지 못하고

제 몸을 놓아 버린다

내년 봄 새 잎과 꽃을 볼 수 있다는 걸

알기나 한 듯

한 잔 걸친 얼굴로

사람을 불러 모아

산이 미어 터진다

단풍의 절정은 죽음의 파티다

사람의 운명도 이렇듯 굿판을 벌리어

구경거릴 제공하면

오즉이나 좋으련만

예고없는 죽음에 슬픔이 가득 핀다

단풍잎 휘날리는 수해바다

죽음을 한 잎으로 뱉어내는

화장장 화려찬란 불가마

생명의 꽃눈 잎눈

겨울 지나

봄볕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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