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종배 시

볼테기살

정종배 2018. 11. 14. 22:20

 

볼테기살/정종배

 

 

물고기 발라 먹을 때

제일 먼저 젓가락이 가는 살은

 

배때기

어두일미

홍어 일코

물텅벙 지느러미

말린 상어 삭스핀

자연산 장어꼬리

고등어 푸른 등

.......

아니고요

볼테기살이라네요

쉬지 않는 먹기작업

아가미 뒤덮은 볼테기

한 점도 안되는 굳은 살이

씹을수록 쫄깃거려

미식가도 엄지척이라네요

 

요즈음 음식 앞에 끝까지 욕심을 부리는

네 볼테기살은 어떨까요

어느 누구 젖가락 쉽게 오지 않겠지요

어릴적부터 수말스럽다 점잖다 그러는디

지금껏 입만 열면 거짓이요

닫으면 위선이라

들숨날숨 구취가 배어들어

근육이 씹히지 않겠지요

먹음직한 말은 주워 모아도

한볼테기 감도 안돼

달콤한 불신의 입을 굳게 닫아걸고 살아야

알량하게 남은 생

또랑시인 흉내라도 내겠지요

 

 

#사진은

괜히 왔다 간다

걸레스님 중광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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