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우리공원(인문학)/망우인문학

락이망우樂以忘憂

정종배 2018. 12. 22. 12:23

 

 

락이망우樂以忘憂/정종배

ㅡ망우리공원 박승빈 변호사 유택에서

 

 

망우리공원 사색의 길 동락천 가까이 유택을 마련하고

주시경 선생과 국어 연구 다른 길을 걸어 묻혀버린

훈민정음을 사랑한 변호사

조선축구협회 초대회장 학범 박승빈

《박승빈평전》을

박항서 감독의 베트남 축구대표가

스즈키컵을 10년만에 우승한 날

놓쳐버린 아름다운가게 종로책방

책꽂이를 샅샅이 뒤지려

매일같이 오가며 바라본

겨울밤과 오전에는 종각역 지하 통로와 화장실

날씨 풀려 볕이 좋은 오후엔

전옥서 터 전봉준 장군 동상 우측

국민은행 꽃담장 아래의

의자에 앉고 누운

남과 여 노숙자

2019년 1월 1일

사랑을 어떻게 하는지 보란듯

꼼짝않은 마네킹으로

풀어헤친 빈박스 이부자리 돌돌 말아 세워두고

분주히 오가는 이에게 나른하게 시위한다

사랑은 자신으로 돌아가

가만히 귀 기울이면

아름다운 사랑으로

이별이 두렵지 않다

진정한 사랑은

헤어진다는 것을 깨닫는 것이다

슬픔에는 말없이

조용히 함께 있어 준다

사랑은 버리지 않는다

젖먹이 엄마의 눈빛으로

 

달항아리 내 사랑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