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섭과 겨울 나목/정종배
ㅡ망우리공원
그동안 버리지 못하고 모은 책을
어떻게 잘 버릴까 고민하며
대향 이중섭 묘역 앞
겨울 나무 숲길을 걷는다
서울시에서 햇살과 노을과 별빛을 막아선
벌거벗은 아까시 나목을
베고 잘라 시계가 트인다
살아 생전 듕섭이 잘 불렀다는
독일 민요 소나무를 흥얼거리며
봉분 위 솔잎을 긁어 모아 버린다
절친이며 또랑시인 큰 스승 시인 구상이 심었다는
봉분 옆 소나무는 가지를 쳐냈지만
그늘과 솔잎과 빗방울로
묘지의 잔디와 뗏장을 못씌굴어 무너트린다
한겨울 햇살이 찾아와 놀다가
햇볕만 버리고 빈손으로 가야한다
어머니를 버리고 태어나
마지막엔 지닌 것 죄 버리며
끝내는 목숨과 몸까지 버리는 한생이
그 인생 길을 걷고 걸으며
버릴 것을 버리는 일은
내적으로 가난하여 진실하고
갈등 없는
사람다운 삶일까
달항아리 내 사랑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