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우리공원(인문학)/망우인문학

이중섭과 겨울 나목

정종배 2018. 12. 17. 21:33

 

이중섭과 겨울 나목/정종배

ㅡ망우리공원

 

 

그동안 버리지 못하고 모은 책을

어떻게 잘 버릴까 고민하며

대향 이중섭 묘역 앞

겨울 나무 숲길을 걷는다

서울시에서 햇살과 노을과 별빛을 막아선

벌거벗은 아까시 나목을

베고 잘라 시계가 트인다

살아 생전 듕섭이 잘 불렀다는

독일 민요 소나무를 흥얼거리며

봉분 위 솔잎을 긁어 모아 버린다

절친이며 또랑시인 큰 스승 시인 구상이 심었다는

봉분 옆 소나무는 가지를 쳐냈지만

그늘과 솔잎과 빗방울로

묘지의 잔디와 뗏장을 못씌굴어 무너트린다

한겨울 햇살이 찾아와 놀다가

햇볕만 버리고 빈손으로 가야한다

어머니를 버리고 태어나

마지막엔 지닌 것 죄 버리며

끝내는 목숨과 몸까지 버리는 한생이

그 인생 길을 걷고 걸으며

버릴 것을 버리는 일은

내적으로 가난하여 진실하고

갈등 없는

사람다운 삶일까

 

달항아리 내 사랑아

'망우리공원(인문학) > 망우인문학' 카테고리의 다른 글

락이망우樂以忘憂  (0) 2018.12.22
락이망우樂以忘憂  (0) 2018.12.22
사색의 길  (0) 2018.12.16
망우리공원 기행  (0) 2018.12.08
이중섭  (0) 2018.11.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