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종배 시

성탄절 유기견

정종배 2018. 12. 25. 17:08

 

성탄절 유기견/정종배

 

 

강력한 빛이신 아기 예수

구유에 태어나신 성탄절

날이 풀린 늦은 오후

진관동 한옥마을 느티나무 그늘 아래

평상에는 치맥이 한창이다

몸이 성치 않는 개 한 마리가

통닭 냄새 주위를 떠나지 못하고

간절하게 절뚝이며 배회한다

이른 봄부터 유기견 삼형제 중

멧돼지에게 물어뜯겨

다리가 불편한 암캐를 안쓰럽게 여기며

진관사 칠성각 옆 약사여래께

잘 살아 버터주길 빌었다

오른쪽 뒷다리가 잘려나간 유기견이

요양원과 은평역사한옥박물관

뒷동산 숲 어딘가에

새끼 난 걸 알고 난 뒤

이 세상 모든 생명을 마음 속에 새기고

곰곰이 되새겼다

그 어미 개가 새끼를 기르려

불편한 다리로 절뚝이며

혼밥을 구걸하고 다니는 걸 보며

가장 작은 생명의 미물조차도

이 우주의 그 어떤 보물보다

소중하게 사랑하는 그 깊이를 발견했다

울 엄마 아픈 몸으로

일곱 자식 무탈하게 기른 사랑

아무리 손구구하여도 헤아릴 수 없다

자식에 대한 사랑은 모든 이를 비추는

영광과 평화의 참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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