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탄절 유기견/정종배
강력한 빛이신 아기 예수
구유에 태어나신 성탄절
날이 풀린 늦은 오후
진관동 한옥마을 느티나무 그늘 아래
평상에는 치맥이 한창이다
몸이 성치 않는 개 한 마리가
통닭 냄새 주위를 떠나지 못하고
간절하게 절뚝이며 배회한다
이른 봄부터 유기견 삼형제 중
멧돼지에게 물어뜯겨
다리가 불편한 암캐를 안쓰럽게 여기며
진관사 칠성각 옆 약사여래께
잘 살아 버터주길 빌었다
오른쪽 뒷다리가 잘려나간 유기견이
요양원과 은평역사한옥박물관
뒷동산 숲 어딘가에
새끼 난 걸 알고 난 뒤
이 세상 모든 생명을 마음 속에 새기고
곰곰이 되새겼다
그 어미 개가 새끼를 기르려
불편한 다리로 절뚝이며
혼밥을 구걸하고 다니는 걸 보며
가장 작은 생명의 미물조차도
이 우주의 그 어떤 보물보다
소중하게 사랑하는 그 깊이를 발견했다
울 엄마 아픈 몸으로
일곱 자식 무탈하게 기른 사랑
아무리 손구구하여도 헤아릴 수 없다
자식에 대한 사랑은 모든 이를 비추는
영광과 평화의 참빛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