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항아리/정종배
ㅡ망우리공원 아사카와 다쿠미 묘지에서
아무리 내공이 쌓이고
도가 튼 노련한 도공도
단번에 빚어내지 못한다
위쪽은 주둥이로 터지고
아래쪽은 꽉 막힌 밑바닥
반과 반을 한 중간에 합하여야
비로소 하나로 태어난다
좌와 우가 딱들어 맞지 않고
넉넉하고 헐렁해도
조금도 부족하지 않는데
뭔가 하나 빠져 완벽하며
오가는 사람을 붙잡는
어리숙하여 매력적인
텅 비어 있어도 꽉차는
헤아릴 바 없는 통으로
수십년 살아도
서로의 몸과 마음 나른하지 않고
생각만 하여도 꼴려서
새로운 힘으로 넘치는
지아비와 지어미의 이해할 수 없는
또랑시인 삶의 방향 틀어버린
높다랗고 그윽한 그 사랑
깊이를 잴 수 없는
오묘한 삶의 잔치
남과 북도 손해본듯
서로가 통근 양보로 합하여
통일의 햇살이 뚫리길 빌어본다
달항아리 내 사랑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