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갑산/정종배
ㅡ망우리공원 서해 최학송 유택에서
돈 실러 가세 돈 실러 가세
영광 법성 돈 실러 가세
여기를 왔다가 그저 갈손가
동해나 방실 놓고만 가세
한양 사대부 집안
아기를 어르는 말로
우리 애기 잘도 크면
북으로 안악군수 할래
남으로 영광군수 할래
조선 팔도에서 제일 살기 좋고
풍요로운 고장은
남으로 전라도 영광
북으로 황해도 안악
두 곳을 옥당골이라 부르며 침을 삼켰다
남방불교 백제 불교 첫 도래지 법성포
참조기는 염산과 백수의 소금과
칠산바다 바람 맛을 본 굴비로 거듭나
누구든 굽히지 않았다
조선 3대 조운창 원불교 탄생지 숲쟁이 단오제
남방불교 마라난타 지팡이 끝에
차(茶)씨가 묻어와 뿌리내린 불갑산
불갑사와 모악산 용천사
목포 유달초에 남아있는
남한 유일의 한국산 호랑이 표본은
농부가 파놓은 호랑이 구덩이에 빠져
사흘 밤낮을 울부짖어 발톱으로
벽을 굵다 최후를 맞은 사냥터
좌우 이념 대립 파르티잔 밤손님과
육군 11사단 20연대 2대대 5중대
제노사이드 함평 양민들
억울하게 쓰러진 곳마다
허천나게 꽃무릇 붉게 피고
민춘란 꽃향기 휘날린다
불갑산 연실봉 조선 8대 경승이라
시조시인 조운 막내 누이와 결혼한
빈궁문학의 대가 소설가 서해 최학송
마누라 이쁘면 처갓집 말둑에도 절하듯
1920년대 말 두 어번 남도여행
기행록에 꼭꼭 눌러 써 놓았다
서해의 두 아들 백과 택
광복 후 외가에 내려와
폐병 걸린 큰 아들 백은
일 주일만에 죽어 외가 선산에 묻혔다
둘째 아들 택은 북으로 가
소학교도 마치지 못했지만
아버지 후광으로
김일성대학 졸업 후
김형직사범대학 학부장으로
신상옥감독 북에 있을 때
김정일국방위원장 지시로
서해의 소설 <탈출기>를 영화로 제작하여
북한 전역에 상영했다
6.25 한국전쟁 인민군 장정으로 뽑혀가
참호와 방공호를 파다 몰래 빠져나온
아버지 이야기가 서리고
내 터를 판 불갑산 불갑사
한겨울 차밭의 꽃향기에
동해 경주 토함산 해돋이 견주는
서해 영광 불갑산 해넘이 절경의
저녁노을 슬며시 배어들어 포근하겠다
달항아리 내 사랑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