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종배 시

달항아리

정종배 2018. 12. 26. 04:48

 

 

 

 

 

 

 

 

 

 

달항아리/정종배

ㅡ망우리공원 아사카와 다쿠미 묘지에서

 

 

아무리 내공이 쌓이고

도가 튼 노련한 도공도

단번에 빚어내지 못한다

위쪽은 주둥이로 터지고

아래쪽은 꽉 막힌 밑바닥

반과 반을 한 중간에 합하여야

비로소 하나로 태어난다

좌와 우가 딱들어 맞지 않고

넉넉하고 헐렁해도

조금도 부족하지 않는데

뭔가 하나 빠져 완벽하며

오가는 사람을 붙잡는

어리숙하여 매력적인

텅 비어 있어도 꽉차는

헤아릴 바 없는 통으로

수십년 살아도

서로의 몸과 마음 나른하지 않고

생각만 하여도 꼴려서

새로운 힘으로 넘치는

지아비와 지어미의 이해할 수 없는

또랑시인 삶의 방향 틀어버린

높다랗고 그윽한 그 사랑

깊이를 잴 수 없는

오묘한 삶의 잔치

남과 북도 손해본듯

서로가 통근 양보로 합하여

통일의 햇살이 뚫리길 빌어본다

 

달항아리 내 사랑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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