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넘이/정종배
연서로48길 11
은평뉴타운
새벽이늦게오는길 연서로
시냇물도 천천히 흘러가는 연신내
서쪽하늘 구름이 적당히 자리잡아
저녁노을 볼만할 것 같아
아픈 몸을 이끌고
기자촌 옛터
국립한국문학관 들어올 공원을 들어서
눈에 들어온 꽃과 나무들을
이름표를 보고 불러 노을빛에 심었다
이름표 없으면 흔적도 없어서 귀신도 모르는
으아리 으름 창포 원추리 쑥부쟁이 국화 만수국 꿩의다리 수크령 무늬새 맥문동 돌단풍 노랑붓꽃 꽃창포. 옥잠화 창포 붓꽃 오미자 산국 구절초 털머위
잎과 열매 다 지우고 서 있는
담쟁이덩굴 느릅나무 고광나무 병꽃나무 화살나무 조팝나무 생강나무 모감주나무 산철쭉 청단풍 산단풍 복자기나무 명자나무 황매화 좀작살나무 벚나무 산벚나무 모과나무 잣나무 산딸나무 백리향 산수유나무 은행나무 오동나무 아까씨나무 칡 개나리 대추나무 감나무 수수꽃다리 앵두나무 말발도리 미스김라일락 왜목련 수양벚나무 꽃사과 불두화 진달래 느티나무 산사나무
단풍든듯 잎을 지킨 회양목
사계절 푸른 잎 산죽 구상나무 줄사철 사철나무 소나무 향나무 대나무 스트로브잣나무
붉은 열매 매달고 찬바람에 노을빛과 견주는 낙상홍 매자나무
꽃잎같지도 아닌 것같기도 한 헷갈리기 쉬운 억새와 갈대
국립한국문학관에 이름 걸린 작가와 작품이 심고 가꾼 꽃과 나무처럼 철따라 피고 지고 열매 맺어 오가는 이 오감을 즐겁게 할 수 있기를 저녁노을 스러지면 불야성을 이루는 뉴타운 아파트 불빛에 실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