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숙자/정종배
두 세대 압축 성장 부산물
도시의 스카이라인 산 능선을
언제부터 아파트가 막아서고
도심은 초고층 빌딩 숲
햇빛은 그대로 비추는데
집과 직장 24시간 그늘진 곳에 사는
시민들은 빛을 찾아 헤맨다
그림자는 희미하게 사라지고
그늘만 넓이를 펼쳐간다
높이와 그늘이 갑질이다
옛집을 지을 때 대목수는
그 지방 기후와 철을 꿰뚫어
안방 햇살 깊이로
처마 높이 조정하여
겨울은 따뜻하고
여름은 시원하다
아침저녁 노을 잠깐 다녀가는
종각역 12번 출구 밖 횡단보도
할머니 노숙자 유모차에 가득 실은
한겨울 짐을 끌고 햇볕을 찾아간다
IMF 이후 노숙자가
그늘을 벗어나 그림자를 되찾는
새로운 대목수들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