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종배 시

노숙자

정종배 2019. 1. 17. 12:01

 

노숙자/정종배

 

 

두 세대 압축 성장 부산물

도시의 스카이라인 산 능선을

언제부터 아파트가 막아서고

도심은 초고층 빌딩 숲

햇빛은 그대로 비추는데

집과 직장 24시간 그늘진 곳에 사는

시민들은 빛을 찾아 헤맨다

그림자는 희미하게 사라지고

그늘만 넓이를 펼쳐간다

높이와 그늘이 갑질이다

옛집을 지을 때 대목수는

그 지방 기후와 철을 꿰뚫어

안방 햇살 깊이로

처마 높이 조정하여

겨울은 따뜻하고

여름은 시원하다

아침저녁 노을 잠깐 다녀가는

종각역 12번 출구 밖 횡단보도

할머니 노숙자 유모차에 가득 실은

한겨울 짐을 끌고 햇볕을 찾아간다

IMF 이후 노숙자가

그늘을 벗어나 그림자를 되찾는

새로운 대목수들 아닌가

'정종배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연서로  (0) 2019.01.17
아버지  (0) 2019.01.17
해당화  (0) 2019.01.17
한겨울  (0) 2019.01.17
봄소식  (0) 2019.01.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