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현달/정종배
또랑시인 이명에 이석까지
새벽까지 잠 못 이뤄
시를 쓴다 궁싯대며
베란다 창밖을 내다본
향로봉 능선 위에 뜬 하현달
노름 빚에 아부지 청춘을 짓누른
큰 손자 낳기 한 달 전
돌아가신 할아버지
끗발 안 서 점방 문 박차고 나와
쪼그리고 앉아서 쉬 하는 모습을
처연하게 바라본 우등산
능선 위에 달빛도 이랬을까
또랑시인 시시한 시 한 구절
잠 못 이룬 여인의 품 안에
빚이라도 남겼으면
꿈도 크다
구름이 달님을 끌어안아
향로봉 능선이 희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