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종배 시

하현달

정종배 2019. 1. 30. 05:20

 

하현달/정종배

 

 

또랑시인 이명에 이석까지

새벽까지 잠 못 이뤄

시를 쓴다 궁싯대며

베란다 창밖을 내다본

향로봉 능선 위에 뜬 하현달

노름 빚에 아부지 청춘을 짓누른

큰 손자 낳기 한 달 전

돌아가신 할아버지

끗발 안 서 점방 문 박차고 나와

쪼그리고 앉아서 쉬 하는 모습을

처연하게 바라본 우등산

능선 위에 달빛도 이랬을까

또랑시인 시시한 시 한 구절

잠 못 이룬 여인의 품 안에

빚이라도 남겼으면

꿈도 크다

구름이 달님을 끌어안아

향로봉 능선이 희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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