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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길

한글길 진관사 극락교와 안양교 사이의 주차장 건너편에 걷기 좋은 한길이 뚫렸다 한글길이라 이름지어 바위에 새겼다 극락교 쪽 한글길 길섶에 사가독서터 표지비도 세웠다 김신조 일당이 지나간 응봉 능선 산자락을 끊어내 골짜기 바위로 석축을 쌓아서 물길을 곧게 펴고 흙길을 갈고 닦아 가로등 설치까지 끝낸 뒤 산보하는 사람들이 다닌다 매년 이른 봄이면 새싹이 돋아 올라 멧돼지 가족이 골짜기를 쓸고 간다 올해는 풀잎 한 잎 없지 싶다 수 천년 물길이 자리잡아 수놓은 계곡의 바윗돌 포크레인 한삽이 옮기지 못한 바위 몇개가 옛 물소리를 노래하지만 고라니 한 마리 오지 않을 한글길 새 길은 풀과 꽃과 나무를 뽑아내고 바위를 옮겨내 동물을 밀어내고 번뇌를 떨치려 걷고 앉는 사람들 힐링의 한길이다

정종배 시 2022.03.14

파 다듬기

파 다듬기 월요일 이른 새벽 눈 뜨자 집사람 쪽파를 다듬자며 나간다 논에 심은 쪽파인지 대가리에 훍이 많다 의자여 앉아서 다듬으면 허리가 아프고 식탁에 기대 서서 다듬으면 목이 아파 얼어섰다 앉기를 번갈아 반복했다 한단을 거의 다 다듬어 아 곧 끝나겠구나 두 손이 빨라지다 아 이거 아니네 실파같은 쪽파로 짱박기를 해놓았다 마음이 불편해도 꾹 참고 두 단째 다듬다 똑 같은 짱박기로 이것들이 뭐같은 장사치들이 중얼댔다 집사람이 아 그것 파장을 만들어 곤드레밥 비벼먹으면 되니까 꼼꼼히 잘 다듬으라는 명령에 입 안에 침이 고여 매운 맛에 눈물 흘리는 것마저 잊었다

정종배 시 2022.03.13

봄비와 김희옥 개인전 '꽃들의 향연'

봄비와 김희옥 개인전 '꽃들의 향연' 간만에 어젯밤부터 오늘 아침까지 봄비가 내렸다 일산 롯데백화점 샤롯데광장 김희옥 '꽃들의 향연' 지인들의 응원 방문으로 남대리를 해야한다 고등학교 때 배웠고 수업에 가르친 이수복 시 '봄비'를 되새긴다 '목포'는 가슴에 첫 직장의 설렘과 아쉬움을 안고 있는 항구다. 1983년 목포 홍일고등학교 1학년 10반 담임과 1학년 국어 교사로 근무하다 1984년 1월 3일 결혼하며 서울살이다. 지금까지 담임과 제자로 소통하고 있는 인원은 10여명이다. 교과목 선생과 제자는 그리 많지 않으나 동향이고 국민학교 후배인 국립목포해양대학교 한원희 총장이 기억하는 또랑시인은 이수복의 시 '봄비'를 낭송한 목소리로 남아 있다. 함평읍 곤봉산 너머 산음 마을 출신 이수복 시인의 봄비를 낭..

정종배 이야기 2022.03.13

김희옥 개인전 '꽃들의 향연'

김희옥 개인전 '꽃들의 향연' 목포성옥문화재단 전시실 오늘 오전 9시 30분 목포를 향해 출발한다. 남대리로 집사람 개인전 작품을 싣고 간다. '목포' 가슴에 첫 직장의 설렘과 아쉬움을 안고 있는 항구이다. 1983년 목포 홍일고등학교 1학년 10반 담임과 1학년 담당 국어 교사로 근무하다 1984년 1월 3일 결혼하며 서울살이다. 지금까지 담임과 제자로 소통하고 있는 숫자는 10여명이다. 교과목 선생과 제자는 그리 많지 않으나 고향이 함평이라는 동향인으로 국립목포해양대학교 한원희 총장이 기억하는 또랑시인은 이수복의 시 '봄비'를 낭송한 목소리로 남아 있다. 오는 27일까지 세 번은 오가야 하는 남도길 봄소식과 함께하는 희망과 추억이 살아 있는 시간과 공간으로 이어지길 빌어본다. 함평읍 곤봉산 너머 산음..

정종배 이야기 2022.03.13

무명폭포

무명폭포 어젯밤 선거방송 역전되는 순간에 한 달 전 임플란트 수술하며 신장이식 받았다 생각하여 술은 입에 대지 말라는 고1 제자 50대 의사 말씀 불구하고 솔잎주 한 컵을 마셨다 잠 한 숨 못 이루고 마실길을 걸었다 서울살이 반세기 태어난 고향을 욕 먹이지 않으려 언행을 조심하며 살얼음 위를 걷듯 살아왔다 서울 태생 아이들의 본적을 내 고향으로 올렸어도 부끄럽지 않았다 오늘은 애들에게 미안하다 가족 친지 동창 선후배 제자 모임 북한산 연봉들 진관사 부처님 망우리공원 인물열전 한 분 한 분 기도를 드리며 삼천사 계곡에서 승가봉 사모바위 오르는 길목인 무명폭포 앞에서 걸음을 멈췄다 봄꽃이 피기 전 얼었다 풀렸다 꽃샘추위 얼음이 가장 폭이 넓고 높고 미끄러워 등산로가 끊어진다 봄바람에 녹아 흘러 어김없이 봄은..

정종배 시 2022.03.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