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궁화/정종배
ㅡ사순 제5주일
신이문역 2번 출구
마을버스 정류장
담벼락 아래
무궁화 한 그루
가을에서 봄까지
이파리 지우고
줄기의 그림자가
기도하는 자세로
서기 시작하는 시각
한결같은 시간대 출근길
오늘 아침 일년 만에
아파트 동과 동 사이
해돋이 맞이하여
시멘트 벽돌을 배경 삼아
뼈대를 낱낱이 펼쳐놨다
껴입은 겨울옷 벗어버린
사람들 버티는 힘도
저렇듯 환히 비춰
빈손으로 하늘 향해 기도하면
삶의 길에 푸른 잎이 달리지 않을까
달항아리 내 사랑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