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종배 시

무궁화

정종배 2019. 4. 12. 09:06

 

 

무궁화/정종배

ㅡ사순 제5주일

 

 

신이문역 2번 출구

마을버스 정류장

담벼락 아래

무궁화 한 그루

가을에서 봄까지

이파리 지우고

줄기의 그림자가

기도하는 자세로

서기 시작하는 시각

한결같은 시간대 출근길

오늘 아침 일년 만에

아파트 동과 동 사이

해돋이 맞이하여

시멘트 벽돌을 배경 삼아

뼈대를 낱낱이 펼쳐놨다

껴입은 겨울옷 벗어버린

사람들 버티는 힘도

저렇듯 환히 비춰

빈손으로 하늘 향해 기도하면

삶의 길에 푸른 잎이 달리지 않을까

 

달항아리 내 사랑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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