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종배 시

무명교사의 변

정종배 2017. 9. 8. 09:31

 

 

 

 

 

 

 

 

 

 

 

 

 

 

 

무명교사의 변

 

처음에는

꽃도 네모 칸 안에만 피는 게 당연하다 가르쳤다

 

가는 곳마다

사람 속

외딴 곳에 꽃이 피었다

 

내 자신을 되새겨보고 사랑으로 길을 걸어 외로운 손을 잡아 더불어 살아야 한다

 

때마다 다짐하며

두려워 말자

 

이제부터 사람다운 사람을 앞세워 걸어가야겠다

 

겁도 없이 뛰어들었다

아이들의 순수한 폭풍성장

그 드맑은 샘같은 눈 앞에

두렵고도 황홀한 신비의 샘물을 마시려 수도 없이 무릎 꿇다

이미 내 속내를 뒤흔드는

거룩한 욕망의 밥상 앞에

부끄러운 자화상이

번번이 앉아 있었다

 

버리자

떨쳐버리자

오늘도 버리지 못하고

성찰없이

넌 글렀어

먼저 가르치려는 그 큰 잘못

 

풀도

나무도

철 따라 꽃이 피고 지지 않는가

 

용서를 빈다

 

아이들이

내 꽃이고

스승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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