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명교사의 변
처음에는
꽃도 네모 칸 안에만 피는 게 당연하다 가르쳤다
가는 곳마다
사람 속
외딴 곳에 꽃이 피었다
내 자신을 되새겨보고 사랑으로 길을 걸어 외로운 손을 잡아 더불어 살아야 한다
때마다 다짐하며
두려워 말자
이제부터 사람다운 사람을 앞세워 걸어가야겠다
겁도 없이 뛰어들었다
아이들의 순수한 폭풍성장
그 드맑은 샘같은 눈 앞에
두렵고도 황홀한 신비의 샘물을 마시려 수도 없이 무릎 꿇다
이미 내 속내를 뒤흔드는
거룩한 욕망의 밥상 앞에
부끄러운 자화상이
번번이 앉아 있었다
버리자
떨쳐버리자
오늘도 버리지 못하고
성찰없이
넌 글렀어
먼저 가르치려는 그 큰 잘못
풀도
나무도
철 따라 꽃이 피고 지지 않는가
용서를 빈다
아이들이
내 꽃이고
스승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