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종배 시

신이문역 오동나무

정종배 2017. 11. 16. 15:25

 

 

 

신이문역 시내 쪽 홈

10-1 유리창 너머

이제는 키가 자라지 않고

오래 전 제풀에 넘어져

담장 위에 해진 몸 누인 채

추스려 일어서지 못하고

점점 늙어 쫄아드는 오동나무 한 그루

 

제 상한 줄기 받쳐주는 줄 모르고

담장한테 입은 상처라 탓하며

언제 모르게 내 궁둥이에 피어나

눌러앉은 검버섯같은

딱지만 널다랗게 굳어간다

 

가까운 사람들의 사랑으로

오늘여기 서 있는 나도

남 탓만 하며

궁시렁대지 않았는지

퇴근길 한동안 자리를 뜨지 않고

고마운 오늘하루 만들어 주신

한 분 한 분 되새겨 첫눈발로 안부를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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