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이문역 시내 쪽 홈
10-1 유리창 너머
이제는 키가 자라지 않고
오래 전 제풀에 넘어져
담장 위에 해진 몸 누인 채
추스려 일어서지 못하고
점점 늙어 쫄아드는 오동나무 한 그루
제 상한 줄기 받쳐주는 줄 모르고
담장한테 입은 상처라 탓하며
언제 모르게 내 궁둥이에 피어나
눌러앉은 검버섯같은
딱지만 널다랗게 굳어간다
가까운 사람들의 사랑으로
오늘여기 서 있는 나도
남 탓만 하며
궁시렁대지 않았는지
퇴근길 한동안 자리를 뜨지 않고
고마운 오늘하루 만들어 주신
한 분 한 분 되새겨 첫눈발로 안부를 묻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