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우리공원(인문학)

망우리공원 인물열전 시인 박인환

정종배 2022. 3. 18. 21:15


망우리공원 인물열전

목마와 숙녀 세월이 가면
시인 박인환(1926~1956)

1956년 3월 20일 30살 시인이 요절하기 전 이른 봄. 명동 한 귀퉁이 술집 ‘경상도집’에 송지영, 이진섭, 박인환 등 몇몇 문인들이 모여 술을 마시고 있었다. <백치 아다다>의 가수 나애심도 함께였다. 취기가 한껏 돌자 노래를 청했는데 나애심은 마땅한 것이 없다며 거절했다. 그러자 박인환이 주머니에서 꾸깃꾸깃한 종이 한 장을 꺼내 즉석에서 시를 써내려갔고, 완성된 시를 넘겨받은 언론인이자 극작가였던 이진섭이 단숨에 악보를 그려냈단다. 나애심이 악보를 보고 노래를 흥얼거렸고 한 시간쯤 뒤 테너 임만섭이 합석한 뒤 정식으로 노래를 부르니 그걸 듣고 거리를 지나던 사람들이 술집으로 몰려들어 왔다고 한다.

나애심은 를 부른 가수 김혜림의 어머니다. 막걸리 집은 배우 최불암의 어머니가 운영하던 '은성'이라고 잘못 알려졌다. 박인환 작시 노래 <세월이 가면>은 뒤에, 1970년대 가수이자 시인인 박인희가 방송 진행하며, 시 「목마와 숙녀」 낭송과 함께 널리 불리고 있다.

2016년 3월 25일 필자는 박인희 가수 귀국 환영 펜 모임에 함께 하여, 필자의 제5 시집 『봄동』을 전달했다. 시집 간지에 싸인을 거꾸로 하여 드리며 당황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한국연극인복지재단 후원 중랑문화재단 주최 망우리프로젝트 음악낭독극 망우열전 1탄 소파 방정환 <만년샤스>에 이어, 망우열전 2탄 시인 박인환 <지금 그 사람 이름은 잊었지만>이 2021년 6월 25일 오후 7시 상봉 메가박스 5관에서 펼쳐졌다.

초청받은 박시인의 큰아들 박세형씨가 극이 끝나고 <세월이 가면> 시와 노래를 완성하고 부른 장소가 최불암 어머니 이명숙 '은성' 막걸리집이 아니라 '경상도집 '이었고, 1956년 1월 중 아버지 박인환 시인과 이진섭 두 분이 8절지 도화지에 시와 음표가 아라비아 숫자로 악보가 깨끗하게 그려진 <세월이 가면> 집에 가져온 것을 보았으며, 아버지 시인 박인환은 술을 먹고 집에 들어오지 않은 적이 없는 자상하고 멋진 가장이었다고 증언했다.

필자가 망우리공원 사색의 길을 걸으며 가장 많이 흥얼거리는 노래는 박인환 시인의 시 박인희 노래 「세월이 가면」이다. 망우리공원 박인환 시인의 유택에 시 「목마와 숙녀」 노래 〈세월이 가면〉을 1970년대 라디오방송을 진행하며 박인환 시인과 시를 널리 알린, 이해인(본명, 이명숙) 수녀님과 풍문여중 문예반 활동을 함께 한 시집 2권을 발행한 시인 박인희(본명, 박춘호) 목소리로 연속해서 들을 수 있는 방송시설이 되어 있다.

가을날 저녁노을 검붉게 배어들 때 박인환 시인의 유택을 찾아가 버튼을 눌러 시와 노래에 젖어보길 빕니다.

지금 그 사람의 이름은 잊었지만 / 그의 눈동자 입술은 / 내 가슴에 있어 // 바람이 불고 / 비가 올 때도 / 나는 저 유리창 밖 / 가로등 그늘의 밤을 잊지 못하지 // 사랑은 가고 / 과거는 남는 것 / 여름날의 호숫가 / 가을의 공원 / 그 벤치 위에 / 나뭇잎은 떨어지고 / 나뭇잎은 흙이 되고 / 나뭇잎에 덮여서 / 우리들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 / 지금 그 사람 이름은 잊었지만 / 그의 눈동자 입술은 / 내 가슴에 있어 / 내 서늘한 가슴에 있건만 -「세월이 가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