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관사 저녁노을 숲에서 가래줍기
한가위 연휴 대체 공휴일
가래 열매 주우려
진관사 약사여래 담장 너머 계곡에 들어간다
국지성 호우로 계곡의 잔돌은 쓸려가고 모래알들 터를 잡아
가래열매 금새 눈에 띄지 않을까
내심 들떠 발길이 가볍다
큰돌 위를 건너뛰며 가래 열매 찾았으나
한 알도 보이지 않는다
이끼낀 바위 밑에 작년에 떨어진 열매의
눈매가 흑빛으로 유혹한다
한 알로는 소리가 나지 않고
손 근육도 단련되지 않는다
한 알을 구하고자 숲으로 들어간다
멧돼지가 추석 연휴 굶었는지 진흙탕 목욕으로 뒤집어 놓았다
사람도 사랑도 맞부벼야 매끄럽게 이뤄진다
소나무 숲길을 젊은 남녀 손잡고 계곡 위로 오른다
한 생이 가래 열매 한 알 쥐고
또 다른 한 알 찾아
바위 위를 걷거나
온 숲을 뒤집다
시간을 탕진하지 않는지
진관사 국행수륙재 4재 덕현 스님 목탁 소리가
솔숲에 노을 불을 놓는다
내 생애 저 붉은 솔밭에
소나무 껍질로 살아가는 나날이
지금 여기 아닌지
내일 새벽 가래 한 알 떨어져라 기도하고
이른 아침 여명과 가래나무 그늘을 뒤져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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