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종배 시

가을비 소리에 철들다

정종배 2022. 10. 3. 23:19

가을비

소리에 철들다/정종배

이제는 봄비보다
가을비가 더 좋다
아니 가을비 소리가 더 좋다

봄비에 꽃봉오리 벙글대는 소리보다
단풍잎 물들어가는 소리가 가슴에 못질하듯
파고들어 더 좋다

오월의 숲 가득 차오르는 신록의 향기 퍼지는 소리도 좋지만
가을하늘 뭉게구름 적막하게 흩어지는 소리 그냥 내버려두었다
저녁노을 슬며시 검붉게 타오르며
앓은 소리가 더 좋다

시각보다 청각이 더 편하고 오랜 기억으로 가는
내 삶의 계절은

가을비 소리로 철벅거리는지

이제야 철들어 가는 소리 아닌지
달 항아리 내 사랑아

 


가을비 빗소리가 소란하다. 점심 먹고 산보하며 월출정에서 바라본 북한산 봉우리와 능선에도 가을을 재촉하는 빗방울에 떨어져
가을을 못박고 있으리라 믿는다.
비내리는 밤중에 맥주 한 잔 놓고 내 삶의 계절인 가을밤 빗방울 소리를 따뜻하게 받아들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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