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종배 시

함평양민 집단학살 희생자 진혼곡

정종배 2022. 10. 13. 11:00

함평양민 제노사이드 진혼곡 / 정종배

호남정맥에서 분기한 영산기맥 태청산에서 발원하여
함평군 동 삼 면인 나산면 해보면 월야면을
아우르는 한새들 곳곳을 적시며
너 이 녀석 고막원 똑다리 밑에서 주서왔다 골리면
울지 않은 애가 없는 돌다리 아래를 흐르는
고막원천 물소리가 핏빛으로

삼 백리 영산강 주변의 530여 정자 중
제일 경 석관정 앞
이별 바위 아랫도리 휘돌아 영산강 강물과 합수하여
진례 뜰 허리를 끼고 도는 중천포를 휘감아

서 함평 손불면 신광면 함평읍 대동면 학교면 엄다면
사람들의 서러운 이야기와
함평 엄다 학다리 벌판의
기름진 쌀을 먹은 사람들의 상여가 무겁다며
영산강 너른 품에 몸을 푸는
함평천의 매조지인 사포나루 물소리도 장엄한 노을빛이다

호남가의 첫째 고을 함평천지
골고루 화평하게 살아가는 함평군
한국전쟁과 그 전과 후 함평양민 집단학살사건

함평 양림사건, 함평 수복작전 민간인 희생사건, 함평 11사단사건, 함평 국민보도연맹사건, 함평지역 민간인 희생사건 등

죄없는 희생자는 눈을 감지 못하고
한 맺힌 유족들은 이번에는 또 무슨 짓을 할 줄 모른다는 트라우마로
진상을 규명하는 신고를 외면하는 아픔을

한국전쟁 즈음하여 전국에서 6만여 명
함평에서는 1,800여 명의 민간인이 제노사이드 당했지만

1공화국 친일 세력 힘으로
반민족 행위자들 청산은 꿈으로 끝나고
4.19혁명 후 반짝 신문 기사로 소리를 냈지만
5.16 군사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군부 세력은
당사자와 유족회를 이적단체로 몰아세워 매장하여
꽃봉오리 맺기 전에 시들어 버렸다

이제는 진실과화해를위한위원회 활동과
사)함평사건희생자유족회의 줄기차고 발 빠른 노력으로
6만여 건의 역사자료를 묶어
함평양민집단학살사건희생자 명예회복 사료집을 11집까지 발간하며
현대화에 발맞춰 디지털화하였다

호남정맥의 소죽엄재와 순창새재에 분기한 영산기맥
태청산 장암산 월암산 밀재 불갑산 모악산 군유산 기산영수 곤봉산 감방산 보평산
모악지맥 천주산 고봉산 철성산 옥마산 속금산
태청지맥 계봉산 월악산 외치재 오수산 옥녀봉 국사봉 넘나드는
사계절 바람과 높푸른 구름과 별빛과 해와 달이
함평천지 함평양민 제노사이드 해묵은 해원을 위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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