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우리고개에서 기업가 삶을 터득한 두산그룹 설립자
박승직(朴承稷, 1864~1950) 72주기
1896년 8월 1일에 개점한 ‘박승직 상점’에서 출발한 기업이다. 두산그룹은 창업 CEO 박승직의 기여로 한국의 대표기업으로 발전했고, ‘한국 최초의 100년 기업’이 되었다.
두산그룹 창업주 박승직은 1864년 6월 22일에 경기도 광주 탄벌리 가난한 숯가마를 일구는 가정에서 태어났다. 부친 박문회는 몰락한 양반 후손으로 8남매를 거느린 소작인이었다. 5형제 중 셋째인 박승직은 어려서 어머니를 잃고 할머니 밑에서 자랐다. 8세부터 한문 공부를 했고, 15세에 결혼했다. 12세 때 1876년 강화도조약이 이뤄졌지만, 시골에서 천자문 4서5경 등 유학을 공부하며 유학적 테두리 안에서 자랐다.
박승직은 전통적으로 사농공상 세계관의 한계에도 불구하고 농촌의 좁은 세계에 갇혀서 자급자족에 안주하기보다 사람들에게 필요한 것을 가져다주는 시장봉사의 길을 더 낫다는 자각을 스스로 터득한 것 같다. 박승직은 ‘농사보다는 장사를 해야겠다’고 결심한 계기는 어린 시절 화전을 일구면서였다고 전해진다. 어느 날 박승직은 화전을 일구다 괭이에 튕긴 돌이 정강이를 때렸다. 아프기도 아팠지만 농사꾼의 운명에 대한 설움이 더 북받쳤다.
“언제까지 이렇게 희망 없는 농사만 지으면서 살아야 하나 장사를 해보자. 젊은 몸 농사만한 힘만 들인다면 무엇인들 못 이루랴.” 그런 생각이 불쑥 들었다.
그는 송파장을 오고 가면서 장사꾼들의 모습을 눈여겨보았었다. 그는 송파장을 찾아가 뱃길로 활기를 띠고 있는 장터의 상거래를 눈여겨 보아두었다. 송파는 경부선 철도가 생기기 전까지는 안성과 함께 한양으로 유입되는 물건들의 집산처였다.
송파장에서 만난 김만봉의 소개로, 어느 날 가출하여 얼마 후 그는 어렵게 마련한 돈 75냥을 가지고 배오개로 갔다. 석유장사를 하기로 했다. 지게에 등잔용 석유와 됫박과 깔때기를 담고 망우리고개 근처의 집들을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차마 입이 안 떨어져 머뭇거리고 있다. 사람들이 물어 석유라고 하니, 석유를 사려는 사람들이 골목 여기저기서 몰려나왔다. 석유가 금방 동이 나고 115냥이 수중에 들어왔다. 40냥의 이문을 남겼다.
박승직은 다시 석유를 떼 오기 위해 돌아가다가 망우리 고갯마루에 주저앉아 있는 가죽장수를 보았다. 그는 낙심하고 있는 것 같았다. 붙임성 있는 박승직은 그에게 사유를 물었다.
“발뒤꿈치가 곪아서 이런 다리로는 도저히 장까지 갈 수 없으니 미안하지만 내 물건 좀 사주시오, 본전에 드리리다.” 가죽장수가 사정했다. “그게 전부 얼마요?” 박승직이 가죽을 눈짐작으로 살피면서 물었다. “120냥이오.” “가진 돈이 115냥뿐인데 괜찮겠소?” “할 수 없지, 그거라도 주고 가져가시오.”
박승직은 그 가죽들을 빈 지게에 담아 배오개장으로 가져와서 팔았다. 운이 좋았다. 500냥을 받을 수 있었다. 다리가 아픈 사람에게는 짐이 됐던 가죽이 신발장수에게는 금 같은 존재였다. 장사는 사람들이 찾는 물품을 살피면서 해야 할 것 같았다. 두 번의 거래로 하루 사이에 무려 425냥을 번 것이다. 그러나 곧 가출한 아들을 찾아 뒤쫓아 온 아버지에게 붙잡혀서 비록 한 번의 사건으로 끝나고 말았지만, 소비자에게 상업적 봉사를 했던 보람이 이후 박승직의 기업자적 삶을 규정하였다.
박승직이 이때의 경험을 되새기건대, 농사를 지어서 자급자족하며 가난하게 사는 것보다, 사람들의 필요에 부응하는 상업을 하는 것이 훨씬 생산적이고 보람도 있다고 보게 된 것이다. 직접 체험을 통해서 터득한 것이다. 젊어 고생 초년고생은 일부러 사서도 한다는 말을 되새겨 본다. 어릴 적 좀 더 넓은 세상 견문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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