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솔밭
정종배
붉은솔밭에
저녁노을 자리펴면
유기견 삼총사 별을 헤려
김신조 루트였던 응봉능선 오른다
멧돼지들 진흙탕 목욕을 즐기려
줄어든 물소리 좇아서
긴 능선을 내려온다
멧돼지 가족과 마주쳐 응봉능선 좁다고
유기견 짓는 소리 다급하다
소쩍새들 둘 중에
누구든
이겨라 이겨라
응원 소리 별나게 구성지다
적묵당 뒷담장 산책객과 맞막뜨린
멧돼지네 주춤대다
열 넘은 새끼들
물소리 희미한 계곡을
무사히 다 건널 때까지
어미는 고개 돌려
또랑시인 눈빛을
끝까지 떼지 않고 주시하다
경사가 심하여 정상으로
곧바로 오르지 못하고
골짜기 바로 위 떨기나무
숲 속을 옆으로 헤쳐가며
숨죽였던 낙엽들 일으켜
쫄아든 물소리 되살린다
싸리나무 꽃향기 털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