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관사 솔밭에서
정종배
오뉴월 솔밭에
저녁노을 배어들면
소나무들 궁둥이 툭툭 털고
잦아드는 물소리 궁금해 줄지어 능선을 걷는다
붉은 노을 옅어지면
너도 나도
진관사 호위무사 빠질 수 없다고
하나 둘
제 모습을 드러낸다
멧돼지 가족들 진흙탕 목욕하고
개운하다 뒷덜미 털을 세워
솔숲으로 들어가면
유기견 삼총사
오른쪽 뒷다리 불편한 녀석은
소나무 밑동 뒤로 꼭꼭 숨고
두 녀석이 눈빛을 반짝이며
송화가루 앞세워 솔밭을
한 발도 물러서지 않는다
컹컹 짖어
달빛은 응봉능선 타넘고
솔방울 별빛을 헤아리면
소쩍새 불두화 꽃잎으로
덕현스님 빼다박은
약사여래 앞에다 소쩍소쩍
꽃방석을 둥글게 펼친다
저녁밥 급히 뜨고
또랑시인
노을에 만취한
호위무사 주고받은 시흥을
낱낱이 받아쓰려
솔향기와 귀를 쫑긋 세운다
물것들은 멧돼지 접근금지 보안등에
쉼없이 뛰어든다
거미는 느긋하게 만찬을 즐기려
손발을 맛있게 비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