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종배 시

부음

정종배 2018. 7. 23. 23:02

 

 

 

 

부음/정종배

 

노회찬 최인훈

두 분의 부음에

 

무기력하게 뒹굴다

저녁 산책길에 희망을 보았다

 

진관사 감로수로

바위 틈새

기록적인 폭염에

몸이 타는 제비꽃에

물을 주려 패트병을 꺼내는데

 

청년 둘이 삼천사 가는 길을 묻는다

 

지방대 행정학과 동기로

두 분의 문상과

영혼을 부처님께 빌려고

찜질방에 숙소를 정한 뒤

달빛 아래 밤길을 나섰단다

 

진관사 내력을 설명하고

 

옅은 구름 밤하늘

반달 달빛 흐릿하지만

 

고려 현종 진관스님

이성계 수륙사

집현전 학사

북한산성 노역자

육영수여사 세 모녀

김신조일당

박한영선사

탄허스님

무위당 진관스님

수 없는 선남선녀

 

진관사 삼천사 오갔던

지름길을 알려주며

멧돼지와 유기견을 조심하라 당부했다

 

임시 주차장

정문과 개구멍을

몸 성한 두 마리가 지키고

다리 불편한 유기견은 자갈밭에 누워 쉬고 있다

 

사람보다 더 낫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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