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음/정종배
노회찬 최인훈
두 분의 부음에
무기력하게 뒹굴다
저녁 산책길에 희망을 보았다
진관사 감로수로
바위 틈새
기록적인 폭염에
몸이 타는 제비꽃에
물을 주려 패트병을 꺼내는데
청년 둘이 삼천사 가는 길을 묻는다
지방대 행정학과 동기로
두 분의 문상과
영혼을 부처님께 빌려고
찜질방에 숙소를 정한 뒤
달빛 아래 밤길을 나섰단다
진관사 내력을 설명하고
옅은 구름 밤하늘
반달 달빛 흐릿하지만
고려 현종 진관스님
이성계 수륙사
집현전 학사
북한산성 노역자
육영수여사 세 모녀
김신조일당
박한영선사
탄허스님
무위당 진관스님
수 없는 선남선녀
진관사 삼천사 오갔던
지름길을 알려주며
멧돼지와 유기견을 조심하라 당부했다
임시 주차장
정문과 개구멍을
몸 성한 두 마리가 지키고
다리 불편한 유기견은 자갈밭에 누워 쉬고 있다
사람보다 더 낫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