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종배 시

정글법칙

정종배 2018. 9. 9. 08:24

 

 

정글법칙/정종배

 

 

지난 8월 가뭄에

숨은벽 골짜기 물놀이 웅덩이 찾다가

철조망에 걸려서

오른발 발등 여덟 바늘 꿰매고

샌들 신고 출퇴근길

엘리베이터 이용한다

 

걱정 없이

걱정 없이 사는 동네 망우리

걱정 없이 오르내린 망우역 엘리베이터

전동휠체어 장애인

우르르 몰린 사람들

먼저 타라 배려하고

맨 나중 들어왔다

벨소리가 울렸다

 

누구 하나 나가지 않으려 눈치만 팽팽하다

침묵이 불타올라

마지막에 들어선

전동휠체어 내리라 야단이다

출근길 바쁜 시간

왜 다니냐며 타박까지 안겨준다

 

늦은 봄 오후 산책길

진관사 극락교 밑에서 목격한

오른쪽 뒷다리 불편한 유기견

정분이 난 성한 두 마리에게 외면당해

물놀이 버린 음식 뒤뚱대며 뒤지다

삼총사 단단한 우정이 깨진 틈을 비집고 나타난

새끼를 기르는 새로운 삼총사 유기견 가족에게

피터지게 당하는 정글의 법칙을

 

걱정없이 사는 동네

망우역 출근길

엘리베이터 안에서

아침 일찍 당당히 펼쳤다

 

사람의 길

참 거시기 하게 멀고 멀어 걱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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