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종배 시

지각생 사진파일

정종배 2018. 9. 16. 16:56

 

지각생 사진파일/정종배

 

 

대입수시모집 원서 접수

생기부 모든 기록 마감은

8월 31일 그 이후엔

출결 생활 자유롭다

가짜뉴스

 

집에서 자소서 작성하고

온라인 접수를 하려고

문자도 보내지 않고서 4교시 후 등교하고

밤 늦게 단톡에

일주일 전에 보낸 사진 파일 받지 못해

접수를 못하고 있다며

신속하게 도와주려 메일주소 받아 파일 보낸

급우를 다그쳐

몸맘 지쳐 일찍 잠든

담임을 애타게 찾다가

02시에 일어나

어이쿠 일 났구나

접수 마감 날자 넘겼는냐

답을 하니

그 때도 잠들지 못하다

내일 아침 보내기로 하였다

단톡에 미안하다 남겼다

 

본인이 와 직접 파일 보내거라

메시지 보고 늦게 등교해

어젯밤 일을 말했더니

담임이 지각생들 하나 하나

직접 확인해 주지 않았느냐

책임을 다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몇 번이나 조종례 시간에 확인여부를 묻고 대답 받았는데

듣지 못했단다

그럼 지각한 다른 애들은 다 확인하고

너만 하지 않았고

밤늦은 시각에 애를 태워 잠 못들게 한 점에 대해

미안하지 않는냐

물어도 수긍하지 않고서

학생은 지각을 할 수 있다

잘못은 없다고 버티었다

입장 바꿔 생각하자

그래도 제가 담임이라면 확인하였단다

계속 반복 화가 곧바로 터질듯 이어졌다

사진 파일 보내려 마우스

운전하는 손이 떨려

진도가 나가지 못하고

명치 끝이 꽉 막히고 아팠다

 

세 번째서야 정상으로 작동했다

미안하다 말 한 마디 없다

 

정말로 조퇴할까

아픈 몸과 맘을 꼭 누르고

자소서 첨삭하여 주었다

 

감사합니다

조그만 목소리가 들렸다

 

진심으로 고맙다

욕심을 버리고 버렸다

 

숨 끊길 때까지 참고 배우며 살아가야 한다

창밖에 먹구름은 산꼭대길 살짝 걸쳐 있다

'정종배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모감주나무  (0) 2018.09.17
목백일홍  (0) 2018.09.17
기후변화  (0) 2018.09.16
동굴귀뚜라미  (0) 2018.09.15
슬픈사랑 제비꽃  (0) 2018.09.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