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정종배
ㅡ망우리공원
망우리공원 사색의 길 동쪽 끝
구한말 시종장 지내신 묘역 축대
구렁이 한 마리 허물을 벗어놓고
굴 속으로 들어갔다
새마을 운동이 한창 일 때
초가가 기와나 스레이트 지붕으로
흙담장이 시멘트 불럭담으로 바꿨다
아직 논에 제초제는 뿌려대진 않았다
구렁이 살모사도 물뱀이나 꽃뱀을 흔하게 볼 수 있었다
폐병걸린 어른은 동네 아이들 유일한 용돈처였다
낡은 기와 건너내는 동네 제각 지붕에 흑사가 똬리를 틀었다
와공들 주춤대는 틈 사이로
업둥일 놓치지 않으려
덕진 형님 지붕을 타고 넘다
추녀 끝에 매달렸다
폐병에 사경을 헤매는 아버지께 마지막 효도를
드리겠다 설쳐댔다
우리 동네 업둥일 해쳐서는 않된다
어르신들 그만두라
화를 내 아우성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기와지붕 오가며 기를 썻다
술은 이미 머리 끝에 철철 넘쳐 만땅이다
아재들이 울 아부지 살려낼 것이여
내 아버지는 내가 살릴탱께
목포역 오거리 주먹으로 온몸에 뱀문신 아로새긴
눈물의 악다구니 엊그제 일 같다
그 끈적이 덕진 형님
법란에 절집에 깃들어
그 유명한 가을 단풍 내장사
주지스님 부임하여
동네 어른 버스 두 대로
가을 단풍 유람을 모신 뒤 열반에 드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