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종배 시

쑥부쟁이

정종배 2018. 10. 24. 18:33

 

쑥부쟁이/정종배

 

 

젊은 여자 승객이

제기동 경동시장 장보고

짐을 끌고 들어오는 노인에게

자리를 양보한다

환승역인 신설동역 동묘역 동대문역

자리 나자 노인들이 잡아 당겨 앉히면

앉아 있다 노인이 앞에 서면

벌떡 일어나길

습관처럼 반복한다

 

노인분들 요즈음 보기 드믄

어찌 이리 이뿐 짓을 하는가

이구동성

곰삭은 말씀으로 다독인다

 

곱고 이쁜 짓거리 공짜로 구경한다

숨길 것도 내새울 것도 없이

몇 마디 주고 받는 말들이

가을이면 지천으로 피어나는

쑥부쟁이 꽃향기로 살아 튀고

가슴에 팍팍 꽂혀

전동차 객실이 훈훈하다

 

바위 틈에 꽃을 피워

보기만 해도 그냥 이쁜

쑥부쟁이 꽃들이 피어나

굳은 얼굴 향기롭게 펼 수 있어

세 번이나 환승하는 출퇴근길

힘든지 모르고

도리어 활력을 얻는다

 

전동차 안에서는

누구나 승객으로 환승한다

모든 이가 살아가며

환승할 때마다

손님으로 대접받길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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