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종배 시

거미줄

정종배 2018. 10. 25. 10:08

 

거미줄/정종배

 

 

어느덧 가을이 깊어간다

거미줄에 물것이 걸리지 않는다

단풍잎 몇 잎이 걸렸다

무당거미 재수 없다

눈 한 번 주지 않고

꼼짝 않고 기다린다

노을이 거미줄을 붉게 튕겨

가을이 검붉게 머문다

때와 철과 길목를 잘 아는 거미도

하늘이 주신대로 거두워들이며

내일을 기약한다

지금까지 내 말과 행동이

거미줄에 걸려든

나뭇잎이 아닌지

누구도 거들떠 보지 않고

사람들의 흉기가 되지는 않았을까

식탁 위에 시어터진 묵은지로

외면받고 있지는 않는지

거미줄에 열나흘 달빛이 부서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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