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미줄/정종배
어느덧 가을이 깊어간다
거미줄에 물것이 걸리지 않는다
단풍잎 몇 잎이 걸렸다
무당거미 재수 없다
눈 한 번 주지 않고
꼼짝 않고 기다린다
노을이 거미줄을 붉게 튕겨
가을이 검붉게 머문다
때와 철과 길목를 잘 아는 거미도
하늘이 주신대로 거두워들이며
내일을 기약한다
지금까지 내 말과 행동이
거미줄에 걸려든
나뭇잎이 아닌지
누구도 거들떠 보지 않고
사람들의 흉기가 되지는 않았을까
식탁 위에 시어터진 묵은지로
외면받고 있지는 않는지
거미줄에 열나흘 달빛이 부서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