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봉준/정종배
600년 굳어버린 왕조를
양반의 낡고 해진 하늘을
팍삭 깨트렸다
사발통문
하나로
사람이 하늘이다
둥글면 누구나 주인이다
아직도 일제 잔재를 청산 못해 얼굴 풀지 않고
남과북 꽉 막힌 단절의 휴전선을 녹일듯
두 눈에 잉걸불이 활활 타는
전봉준 장군이
보신각 건너편 전옥서 자리에 앉기까지
123년 걸렸다
주권상실
일제강점
남북분단
이념대립
한국전쟁
독재정권
군구테타
산업혁명
이촌향도
경제개발
부의편재
환경오염
외환위기
탄핵정국
촛불혁명
전쟁위기
하청죽음
지지리 못난 후손을 나무라는
전봉준 장군의 눈빛으로
보신각 종소리 저절로 울린다
8000천만 겨레와
온 인류를 넘어서
우주의 평등과 평화와 자유를 위하여
종소리보다 한 발 앞서
절창인 사람들이
사람 속에
사람과 더불어
사람이 곧 하늘이다
하늘이 곧 사람이다
스스로 이름을 부르며
하루하루 살아간다
불알 두 쪽 은은한 종소리로
오늘아침 발걸음 소리가 가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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