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우리공원(인문학)/망우인문학

홀로와 더불어

정종배 2018. 11. 17. 11:08

 

홀로와 더불어/정종배

 

 

헌책방 미아에서 반겨 구한

은사님 시집 《홀로와 더불어》 품에 안고

귀가 후 여느 때와 같이

스틱 하나 손에 들고

홀로와 더불어 산길을 걷는다

두 귀가 쫑긋 선다

도심에서 무디어진

원시적인 청각이 돌아온다

새소리 바람소리 가랑잎 지는 소리

풀벌레 고라니 우는 소리

날 반겨 발걸음 소리도 가볍다

오늘 낯선 소리에

방어 본능으로 움찔한다

갓 태어난 생쥐들의

뽀시락거리는 소리까지 들린다

자신을 둘러싸는 세상을

제일 먼저 귀를 열고 받아 들여

걸음을 멈춰라

시간을 중단시키는 것이 아니라

이곳저곳 저녁노을 몰리고

시간에 쫓기며 허덕이지만

오히려 시간과 손을 잡고 화해하여

구애받지 않고 자유를 만끽한다

어쨌거나 이 시간만은

내가 누구를 위해서가 아니라

내 자신을 위해서

나답게 인생을 공짜로 살고 있다

발걸음 소리가

홀로와 더불어 흥에 겨워 춤을 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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