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우리공원(인문학)/망우인문학

봉화산

정종배 2018. 11. 5. 15:05

 

 

 

 

 

 

 

 

 

 

 

 

봉화산/정종배

 

 

아이들이 제 때에 등교하지 않는다

출석부 정리와 결석계 철을 묶다

이렇게 시간을 보낼 수 없다

가까운 아차산 봉수대

봉화산을 올랐다

 

공식적인 봉화와 연기는 꺼졌으나

함경도 회령에서 불밝혀 2천여리 내달린

봉화불은 꺼지지 않았다

일년에 한 번은 활활 불 타오른다

저마다 받아들인

물과 햇볕과 기온차로

제 몸을 치장하여 한껏 자랑한다

 

죽음을 앞둔 빛이

저렇듯 화려한 이유는

단풍잎으로 이별 연습 가볍게 한 뒤에

운명을 하여도

어느 누구 임종 지키지 못했다

가슴 아파 하지 않기 위한

자연의 섭리가 아닌가

 

아이들도

어려운 가정 형편

맺히고 얽혀버린 가족 관계

알바 게임 운동 공부 연애

어느 하나

풀리지 않기만

철따라 한번은 터트리는

저마다 단풍잎은

기어이 절정으로 타오를 것이다

 

봉화산 봉수대 속으로

단풍잎 앞세워 환하게 걸어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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