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발은/정종배
ㅡ청년 하청노동자 김용균
햇볕이 한 번도 들지 않는 응달이나
햇살이 곧게 들다 스르르 빠져나간
구석진 곳까지 눈발은
바람을 좇다가 내려 앉아
메마른 땅과 먼지와
목마른 그늘을 적셔준다
태안화력발전소 석탄 설비 운전하는
24세 하청노동자 김용균 입사 3개월 만에
겨울밤 혼자서 꼼꼼하게 점검하던 컨베이어벨트 사고로
꿈도 사랑도 펼치지 못하고 떠나는 억울한 영혼과
전태일 열사 15세 문송면 구의역 스크린도어 제주 특성화고 전주유프러스
또 다시 일어난 비정규직 죽음을 위로하며
마음이 가난하여 펄펄 끓는 사람들
가슴을 뜨겁게 녹이는
눈발같은
따뜻한 말 한 마디나
손 잡아 일으켜 등 다독이는
함박눈 눈발로 걸어가며
더불어 함께 살아 가는
조건 없는 사랑을
청년 노동자 김용균 희생이
노동 3권 보장 받는 정규직
마지막 숫눈길로 환승이길 빌면서 흩뿌린다
청년 노동자 김용균
영원한 안식을 기도드립니다
2018.12.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