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종배 시

벌거벗은 향기로

정종배 2018. 12. 17. 22:12

 

벌거벗은 향기로/정종배

ㅡ망우리공원 대향 이중섭

 

 

올 한 해도 오늘이 마지막 날이다

헝크러진 생각을 마무리 지으려

사색의 길을 벗어나 숲길을 걷는다

겨울 숲은 넘치거나 모자라지 않는다

필요한 만큼만 지닌다

꿀벌만 필요한 것 이상을 모아두다

결국엔 사람에게 꿀을 빼앗기고

벌집마저 약재로 부서진다

시계를 확보하기 위하여

나무를 베어내는

이중섭 묘역 앞

겨울 나무 숲길을

벌목당한 아카시아

벌거벗은 향기를 벗삼아 걸어간다

수세(守歲)의 불을 밝혀

잠을 자면 하얀 눈썹 된다 속일

태현 태성 두 아들을 그리워한

대향의 속앓이가

새해에는

저녁노을 빛으로 녹아내려

숲길이 향기롭게 트이지 않을까

 

달항아리 내 사랑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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