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거벗은 향기로/정종배
ㅡ망우리공원 대향 이중섭
올 한 해도 오늘이 마지막 날이다
헝크러진 생각을 마무리 지으려
사색의 길을 벗어나 숲길을 걷는다
겨울 숲은 넘치거나 모자라지 않는다
필요한 만큼만 지닌다
꿀벌만 필요한 것 이상을 모아두다
결국엔 사람에게 꿀을 빼앗기고
벌집마저 약재로 부서진다
시계를 확보하기 위하여
나무를 베어내는
이중섭 묘역 앞
겨울 나무 숲길을
벌목당한 아카시아
벌거벗은 향기를 벗삼아 걸어간다
수세(守歲)의 불을 밝혀
잠을 자면 하얀 눈썹 된다 속일
태현 태성 두 아들을 그리워한
대향의 속앓이가
새해에는
저녁노을 빛으로 녹아내려
숲길이 향기롭게 트이지 않을까
달항아리 내 사랑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