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종배 시인의 방

섬/정종배 파도는 머문 적이 없어도 쉼 없이 섬에 와 닿는다 그대를 사랑하는 나도 그렇다

별/정종배 별이 될 수 있다 눈을 감으면 밤하늘에 마음을 맑게 해 맑게 마음을 밤하늘에 눈을 감으면 별이 될 수 있다 달항아리 내 사랑아

방음벽/정종배 신이문역 2번 출구 마을버스 정류장 능소화가 방음벽을 타고 내려 피었다 꽃향기는 방음벽도 막지 못한다 내 사랑도 그렇다 달항아리 내 사랑아

밤꽃내/정종배 오뉴월 창문 꼭 닫고 자는데 밤나무 꽃 냄새 줄여서 밤꽃내에 눈을 뜨고 한겨울 아궁이 앞에 앉아 고개 숙여 비땅으로 이리 쩌리 굴리다 두 손 호호 불어대며 군밤 까 먹은 생각에 침이 고여 입맛을 다시다 부딪친 지아비 밤꽃내 맡은지 한참 됀 마눌님 등짝이 진관..

개망초 꽃밭에서/정종배 학교 옥상 묵정밭에 개망초 꽃이 피었다 꽃송이가 날아 다녀 한참을 눈으로 좇으니 흰나비 한 쌍이 위 아래로 사랑의 한몸 이뤄 꽃송이를 무인모텔 삼아 보란듯이 꽃밭을 헤집으며 자리끼로 목을 축인다 꿀벌 한 마리가 꿀을 따고 꽃을 찾아 나선다 여름..

개망초밭에/정종배 개망초 꽃이 피었다 꽃송이가 날아 다녔다 흰나비 한 쌍이 사랑의 한 몸으로 꽃밭을 헤집어 오르내린다 꿀벌 한 마리가 꿀을 따려 꽃을 찾아 난다 원형이정 여름은 번식의 계절이다 오뉴월 하늘이 높다랗다 여름이 무더운 이유를 알았다

능소화/정종배 능소화 꽃이 지다 빗방울과 이파리에 걸렸다 꽃은 피지 않아도 꽃자리를 내줘도 꽃이다 너희도 그렇지 달항아리 내 사랑아

사람은/정종배 하늘은 새가 날아야 보이고 땅에는 꽃이 피어야 보이며 사람은 정이 들어야 보인다

숫놈근성/정종배 제기동역에서 사단이 났다 여자 남자 따로 출입문을 들어서 두 자리 잡은 남자가 여자를 부르자 자리에 앉으려던 여자가 성큼 간다 욕설이 튀었다 앉으려던 또 다른 남자가 버티다 잡아끌려 내리고 여자가 앉았다 한 쪽은 목소리가 잦아들고 여자와 함께 앉은 남..

소오 설의식 함남 단천 출생 유학자요 민족주의 계열의 운동가요 선각자인 오촌 설태희가 아버지로 비석은 위당 정인보 글을 짓고 일중 김충현의 숙부인 김순동이 쓰고 위창 오세창이 전 즉 제자를 썼다 소오는 "아버지 뜻을 진실로 아는 이는 위창 선생이요 그리고 위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