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새해 아침/정종배 ㅡ황금돼지해 우리는 먹고 살려 시간을 하루를 한 주를 한 달을 한 해를 나누지만 사랑은 영원한 시간 안에 변함없이 좋은 모든 것을 당신이 문을 두드리면 곧바로 열어 주려 온몸으로 등불을 켜 놓는다 사랑은 생각지도 않을 때 도둑눈처럼 휘날린다 사랑이 몇 .. 정종배 시 2019.02.05
새해 아침 새해 아침/정종배 녹아 녹아 얼음 녹아 오리 오리 봄은 오리 오리 오리 청둥 오리 놀이 놀이 사랑 놀이 소리 소리 냇물 소리 오네 오네 봄볕 오네 가세 가세 놀이 가세 정종배 시 2019.02.04
여기소汝其沼 여기소汝其沼/정종배 산책길 내시묘역길 여기소터 오늘도 노을빛과 지난다 산을 옮기고 강물을 바닥내도 모든 재산을 몸까지 내주고 철따라 피어난 꽃들을 바쳐도 갖은 말과 몸짓으로 들이대도 요란하고 소란스러울 뿐 나에겐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사랑을 아주 작은 사랑을 그.. 정종배 시 2019.02.03
삶은 꼬막 삶은 꼬막/정종배 ㅡ새해를 맞이하며 어젯밤 백화점 세일에 반겨 사온 설음식 아침 밥상 삶은 꼬막 올랐다 입을 벌린 꼬막 많아 철없는 남편 불쑥 입을 벌린 꼬막보다 벌릴까 말까 애매모호한 꼬막이 간수가 빠지지 않아서 입에 딱 붙어 감기고 까먹는 재미도 별미인데 집사람 입 .. 정종배 시 2019.02.02
겨울나기 겨울나기/정종배 북한산 둘레길 마실길 삼천교 교각 아래 남향받이 얼지않은 웅덩이 피라미떼 반짝이는 유영에 피곤한 눈알을 굴리고 움추린 가슴을 펼치며 가던 길 멈추고 안복을 누렸다 오늘 오후 청둥오리 다섯 마리 한 녀석 망을 보고 먹이사냥 열 올린다 얼음이 얼었다면 좋.. 정종배 시 2019.01.31
하현달 하현달/정종배 또랑시인 이명에 이석까지 새벽까지 잠 못 이뤄 시를 쓴다 궁싯대며 베란다 창밖을 내다본 향로봉 능선 위에 뜬 하현달 노름 빚에 아부지 청춘을 짓누른 큰 손자 낳기 한 달 전 돌아가신 할아버지 끗발 안 서 점방 문 박차고 나와 쪼그리고 앉아서 쉬 하는 모습을 처.. 정종배 시 2019.01.30
멧돼지바위 멧돼지바위/정종배 ㅡ증취봉 기해년 황금돼지해 해질녘 증취봉 동남쪽 부암동암문 가는 길에 한강과 서해바다 노을빛 배를 채운 멧돼지바위 잡아타고 그대로 뛰어든 시루에 불을 넣고 쩔쩔 끓은 아랫목에 들어누워 모두 다 까발려 드러낼 수 없는 부끄러운 나날을 사골국물 마시.. 정종배 시 2019.01.30
얼굴바위 얼굴바위/정종배 ㅡ의상봉 삼각산 의상봉 꼭대기 얼굴바위 앞 사람 넓은 등짝 이력서를 읽고 있다 삶이 코를 들이박고 뗄 수 없는 사랑에 헤어나지 못하고 젖어 살 수 있다면 달항아리 내 사랑아 정종배 시 2019.01.30
인생바위 인생바위/정종배 ㅡ인생사진 이석으로 2주간 근신하다 10여년 만에 올라본 의상봉 정상의 인생바위 올라가 사진 찍지 못하도록 쇠줄을 쳐놓았다 위험하다 오르지말라는 바위는 누구나 오르고픈 멋진 풍경 기어이 올라간 인생사진 자랑할 때가 어찌 없겠습니까 생각만해도 아찔한.. 정종배 시 2019.01.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