멧돼지 멧돼지/정종배 멧돼지가 숲길을 먼저 낸다 등산객은 숲 앞에 머뭇대다 멧돼지가 내놓은 길을 간다 소나무 숲 쌓인 솔잎 밑 뒤져 벌레들 죄 잡아먹고 참나무 숲 쌓인 낙엽 층층이 뒤집어 도토릴 찾아 헤친 멧돼지의 저돌적인 주둥이 힘 생존력은 좇고 싶다 멧돼지가 가는 길이 등산.. 정종배 시 2019.01.20
부석사 부석사/정종배 뜬돌과 선묘낭자 의상대사 고려시대 목수들의 대패질 소리가 배어든 무량수전 배흘림기둥보다 더 배흘린 집사람과 부석을 배경삼아 사진을 찍었다 가파른 돌계단 오르며 무량수전 위엄에 기를 받기 위해 참고 또 참고 기다시피 오른다 사과꽃 한창 피며 저녁노을 .. 정종배 시 2019.01.20
나이테 나이테/정종배 바닷가 바위 틈에 곰솔들 비바람 폭풍우에 쓰러지지 않는다 해풍이 끊이지 않아서 떡눈이 내려쌓일 겨를 없어 돌개바람 눈보라에 한 가지도 부러지지 않는다 키가 커 높아질수록 나이테는 넓어져 균형을 잡아준다 내 나이테는 키는 줄고 배만 늘어 지난 주 재발한 .. 정종배 시 2019.01.20
강물 강물/정종배 강물은 한 방울 물방울에 비롯한다 한 방울 한 방울 합하여 흐른다 강물은 흘러야 바다에 이른다 사막의 단단한 씨앗도 물을 맛 봐야 꽃이 핀다 사람의 말씀도 실천으로 흘러가야 사랑의 꽃이 피고 달디 단 열매가 매달린다 정종배 시 2019.01.19
저녁노을 저녁노을/정종배 한겨울 찬바람 거셀수록 당신이 예쁘다는 소문은 익히 알고 있다 하루 내내 내 앞을 스쳐간 사랑은 그대 당신 단 한 번 뿐이지만 다른 것을 사랑할 수 있다는 것을 아는 것은 또 다른 것을 사랑하고 속속들이 알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주변과 어울려 살아가며 .. 정종배 시 2019.01.19
황정산 휴양림 통방/정종배 한겨울 단양군 황정산 휴양림 굴참나무 숲 통나무 의자에서 집사람 오른손을 꼭잡고 안드로메다 은하를 오른손 집게손가락으로 가리킨다 250광년 달려운 빛이다 우린 무슨 사랑의 죄를 저질러서 은하계를 함께 앉아 보는가 우리가 찾지 못한 우주에서 금지된 사랑을 .. 정종배 시 2019.01.19
사랑 사랑/정종배 ㅡ망우리공원 사람이 더불어 살아가면 삶이고 삶을 함께 풀어내면 사람이다 사람들이 입술을 동그랗게 힘을 함께 모으면 사랑이다 사랑한다 본디말은 살길을 찾는다 뜻이다 사람은 깊고 깊은 사랑으로 살길을 열어 삶이 이어진다 달항아리 내 사랑아 정종배 시 2019.01.18
남근석 남근석/정종배 ㅡ망우리공원 위로 솟는 것은 아름답다 그 중에 최고는 씨앗이다 솟아오른 것은 자유지만 그 씨앗 터트리는 뒷감당은 그 씨앗 본래의 진면목이다 달항아리 내 사랑아 정종배 시 2019.01.17
연서로 연서로/정종배 연서시장 시내버스 정류장 연착한 버스가 멈춰서자 승객들이 우르르 모여든다 앞문으로 손님들이 올라오지 못한다 앞장 선 할머니 시장본 물건 들고 한참 힘을 쓰는데 결국 뒤에 선 할아버지가 힘을 보태 간신히 힘들게 올랐다 수레 끌며 뛰뚱거려 저보다 키가 큰 .. 정종배 시 2019.01.17
아버지 아버지/정종배 교통사고 당하여 의식불명 50여일 집으로 모시어 운명하시라 온몸을 씻겨드리며 마지막이자 처음 본 아버지 발 발바닥 깨끗하다 반질반질 놀랐다 몇 번이나 쓰다듬고 많은 식구 밥을 위해 무좀 각질 잡티 하나 없이 발바닥 땀이 나도록 뛰어다녀 미쳐 티 하나 앉을 .. 정종배 시 2019.01.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