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화 석화 내 고향 함평만 술안개 주포항 석성리 우리 말로 돌머리는 마누라 원적지 돌머리 독에 붙은 석화 따고 뻘밭에 게 줍고 물골 따라 세발낙지 잡으러 어머니 치맛자락 졸졸 좇아 어릴적 몇 번 다녀왔제 집안 식구들 먹기 전에 일년 농사 힘을 다 써 누워 있는 어미소 대가리 제일.. 정종배 이야기 2017.12.10
징검다리 징검다리 어젯밤 도둑눈이 오셨다 이른아침 출근길 영상이라 빙판길 은평뉴타운 제각말에서 구파발역까지 도로와 인도는 곳곳이 경사져 발밑을 샅샅이 살폈다 오수 뚜껑 위 눈들이 먼저 녹고 도시가스 상수도 우수 맨홀 뚜껑이 뒤를 이어 안개 속에 소리가 자라고 밤새워 뜨거운 말들이.. 정종배 이야기 2017.12.08
이말산 자연인 이말산 자연인 복잡하고 빠른 세상에 천국과 지옥을 가르며 너무 많은 것들을 재며 왔다 안전하게 놀 수 있는 장소와 마음껏 누릴 수 있는 시간과 함께 노닐 수 있는 친구를 절실하다 대충대충 시시하게 거닐며 먹고 자며 버리는데 쌓이고 넘쳐나니 때로는 여과없이 숫눈길의 순.. 정종배 이야기 2017.12.06
오늘 하루 오늘 하루 구파발역 종점 삼아 출발하는 전동차 가까스로 한 자리 비집고 앉아 가쁜 숨을 고르며 목도리와 검은 외투 단추를 풀다 집에서 밥 한 술 뜨고 걷다 뛰다 가슴 조이며 변함없는 거리를 좁힌다 슈퍼 문 달항아리와 이말산 나목과 나목 은평뉴타운 우물골 아파트 숲과 숲 .. 정종배 이야기 2017.12.05
나목이 나목에게 나목이 나목에게 ㅡ친구 아들 결혼식에 부쳐 우리 서로 한겨울 벌거벗고 사랑하지 않으면 이 숲이 무너진다 한 계절 벌거벗고 서 있는 너와 나 사이와 사이가 좋다 정말 좋다 이게 정말 좋은 사랑이다 찬바람 눈서리 내려앉고 다람쥐 겨울잠 곤히 자는 사이와 사이를 서로서로 양.. 정종배 이야기 2017.12.02
또랑시인 나홀로 저녁밥 한 술 뜨고 시를 쓴다 가을 저녁 숲길을 걸었다 곰곰이 손구구하다 시는 나무 시인은 나뭇잎 가슴을 울렸다 눈 앞에 저 나무들 셀 수 있는가 나뭇가지 나뭇잎을 헤아리려다 아무리 꿈꾸는 게 시인의 특권이라지만 입을 다물 수밖에 그래도 이파리 한 잎 한 잎 과거.. 정종배 이야기 2017.11.27
구상 문학상 구상 문학상 ㅡ극과 극은 통한다 된바람에 내리치는 눈발은 차갑다 함박눈이 바람 한 점 없이 소복소복 밤새 내려 쌓일수록 길을 잃은 숫눈길은 따뜻하다 멀리서 바라보면 어수룩하다 들여다 보면 한치의 빈틈없는 송이 송이 눈송이는 치밀하고 단순한 큰 시인 소나무 숲길에 고.. 정종배 이야기 2017.11.24
수능 일 주일 미뤄 이룬 일탈 일탈 수능 감독 제외돼 여행 약속 이어가려 평소보다 느긋하게 집에서 출발하여 충무로역에서 환승하여 오이도행 전동차를 집어탔다 지난 번 수능 날 약속이 천재지변으로 어글어져 사랑 사랑 내 사랑 달항아리 내 사랑까지 금 실금이 갔으나 사랑의 때깔은 젖빛으로 더욱 깊게 .. 정종배 이야기 2017.11.23
외로움에게 미안하다 나석중 시집 늙은 청춘 아니 신선 한 분께서 김제 징게 맹게 들판에 내려앉은 저녁 붉은 노을 들쳐 메고 탕탕히 걸어나와 주유천하를 탐석하여 구르는 돌멩이를 천도복숭아로 바꿔 좌대에 앉혀 하나님이 퇴고를 마친 시와 문득, 가을 하늘 꽁꽁 얼어버린 포항 지진 자연 재해로 수능 일주일 미.. 정종배 이야기 2017.11.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