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승 환승/정종배 지하철 환승통로 언제부턴가 전자시계 멈춰섰다 뛰는 승객 없어졌다 가까스로 자리잡은 중국산 더덕 향기 번진다 지친 마음 쾌하게 벗겨낸다 너와 나 사랑의 환승 시간은 뜨겁게 꼼짝말고 향기는 쿨하게 배어들길 달항아리 내 사랑아 정종배 시 2018.11.08
노숙자 노숙자/정종배 월요일 출근길 소요산행 전동차 맨 앞 칸 노숙자 눅눅한 향기가 눈을 감은 승객들 코끝을 찌른다 노숙자 아침 끼니 대신하여 간간히 오른쪽 손가락으로 톡톡 집어 입에 넣는 뻥튀기 고소한 향기가 번진다 이번 주도 알바로 뒤늦게 등교 하는 녀석들 축 처진 어깨를 .. 정종배 시 2018.11.07
인연설 인연설/정종배 ㅡ망우리공원 담쟁이 넝쿨은 팩트체크 전문기자 우듬지 이파리가 마지막 잎새로 내달리며 올 때는 순서가 있으나 갈 때는 순서가 없고요 갈바람에 시달려도 단풍잎이 좋단다 오늘 아침 출근길 지선버스 운전기사 설 때는 아무 문제 없다 뜰 때는 시동 꺼트리길 각 .. 정종배 시 2018.11.07
낙엽이 뒹굴며 낙엽이 뒹굴며/정종배 ㅡ망우리공원 저희는 다만 해야 할 일을 하였을 뿐입니다 보상을 바라지 않았고 아낌없이 주시는 선물 그 주어진 시간을 꽃을 피워 아껴쓰고 즐기며 지난 여름 비바람 폭풍우에도 끝까지 매달려 녹음 아래 길을 걷는 사람들의 땀방울을 닦아 주었습니다 때.. 정종배 시 2018.11.07
절정 절정/정종배 ㅡ망우리공원 아이고 뭐 여기에 무슨 말을 할려구 꼬치가리 뿌리지말고 가만히 보고 있다 그냥 가 그게 진짜 즐기는 것이여 달항아리 내 사랑아 정종배 시 2018.11.05
웅덩이 웅덩이/정종배 ㅡ망우리공원 봄 여름 가을 겨울 어느 계절이나 맛과 멋 흥겨운 가락이 철따라 난무하지요 그 중에 제일은 이 가을 죽음의 파티 화려 찬란 씸깃굿이지요 무슨 말과 글과 그림 춤과 노래가 필요한가 얕고 작은 웅덩이 잦아드는 그림자 오롯한 철부지 굿판 뿐이다 정종배 시 2018.11.05
벚나무 벚나무/정종배 ㅡ망우리공원 제 그늘의 높이와 벗들의 깊이를 한 잎 한 잎 확인하며 화려한 다이어트 몸무게 재면서 가을밤을 즐기며 오는 겨울 추위를 대비하는 벚나무 별빛이 흩어지는 가로수 그늘아래 오늘밤 지새며 온전한 사랑을 나눠야 하는가 달항아리 내 사랑아 정종배 시 2018.11.05
웅덩이 웅덩이/정종배 응봉능선 높이와 깊이를 가을 가뭄 때문에 골골거려 흐르는 물소리가 단풍잎 향기를 실고서 한치의 오차없이 잘도 재며 흐른다 그 물소리 향기로운 노고를 아는듯 목청을 가다듬고 쉬었다 가라며 물소리 흰머리통 휘어잡아 웅덩이가 하얗게 받아준다 바위 위를 흐.. 정종배 시 2018.11.05
봉화산 봉화산/정종배 아이들이 제 때에 등교하지 않는다 출석부 정리와 결석계 철을 묶다 이렇게 시간을 보낼 수 없다 가까운 아차산 봉수대 봉화산을 올랐다 공식적인 봉화와 연기는 꺼졌으나 함경도 회령에서 불밝혀 2천여리 내달린 봉화불은 꺼지지 않았다 일년에 한 번은 활활 불 .. 망우리공원(인문학)/망우인문학 2018.11.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