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과 모과/정종배 ㅡ사순 제4주일 오후 4시 땡 퇴근길 신이문역 담벼락을 지키는 모과 나무 우듬지에 지난 해 가을빛이 썩어가고 향기는 바랜지 오래다 물까치 떼 모과 열매 거들떠 보지 않고 사랑 노래 부르며 새봄 맞은 가지를 쪼아대 꽃눈 잎눈 틔운다 일반고 전성시대 아주 드문 특.. 정종배 시 2019.03.25
백세시대 백세시대/정종배 ㅡ고종명 요즘 부쩍 카톡에 진동하는 60세 이하 부음엔 요절이고 100세 천수를 누린 분도 쉽게 접한다 국민소득 3만 달러 가족간의 불란을 잠재우는 효자원이라 일컫는 요양원 침대 위에 누워 천장만 벗삼아 몇 년을 보내신다 꽃이 피어 봄이다 인구수 절대 감소 .. 정종배 시 2019.03.25
구업 구업/정종배 ㅡ3포세대 고교 졸업 후 30년만에 얼굴 맞대 저녁 먹고 술 한 잔 나누며 베풀고 살아라 담임 말씀 인이 박혀 가난하지만 그렇게 살려 힘 쓴다며 장가를 안갔는지 못갔는지 나이 50 총각놈이 계산한다 어떻게 구업을 씻을까 정종배 시 2019.03.25
지름길 지름길/정종배 ㅡ사순 제3주일 출근길 은평뉴타운 폭포동 은평노인종합복지관 버스정류장 버스가 달려 온다 희망을 놓지 말길 잰걸음 지름길이 보인다 사람들이 다니면 길이 난다 희망이 있다 없다 따지거나 머뭇거리지 않고 내달리면 꽃담이 헐리고 꽃길이 열릴까 삶에도 사랑.. 정종배 시 2019.03.25
양지꽃 양지꽃/정종배 ㅡ사순 제3주일 북한산둘레길 제10구간 내시묘역길 경천군慶川君 송금비松禁碑와 멧돼지 포획틀 사이 소나무 숲 속에 양지꽃 몇 송이 햇살이 비집고 들어서 어느새 지워지는 양지에 야무지게 꽃잎을 펼쳤다 두려워하지 마라 햇볕은 너와 함께 머문다 너는 너다 사.. 정종배 시 2019.03.25
고3 담임 고3 담임 30년 전 겁없던 시절 부끄러운 짓을 얼마나 했는지 헤아릴 바 없다 모두들 제 역할의 주인공으로 가정을 꾸리고 사회의 중추적인 활약을 하고 있다 제일 아픈 것은 미혼이나 이혼보다 벌써 세상을 떠난 일이다 88년 황룡의 해 88서울올림픽 우리나라 국운 상승과 개인적으.. 정종배 이야기 2019.03.24
금강산 관광 금강산 관광/정종배 철길로 휴전선을 타고넘어 금강산을 다녀와야 제 맛이라 고집부려 퇴직 전에 학생들과 수학여행 소박한 꿈 이뤄지긴 글렀다 한 여인의 이탈로 굳어버린 해금강 파도소리 쥐구멍에도 볕들 날 있다 30년 청지기가 옳다구나 걷어찬 주인의 밥그릇 죽기 전에 가봐.. 정종배 시 2019.03.23
개성공단 개성공단/정종배 남과 북 북과 남 남과 녀 녀와 남 손과 손 마음과 마음이 군사분계선을 넘고 넘어 한라에서 백두까지 백두에서 한라까지 한마음으로 옷도 짓고 신발도 만들며 장난감도 꿰매어 70년 분단의 웃음도 눈물도 같다는 걸 쵸코파이 한 알과 봉지커피 한 잔으로 오손도손.. 정종배 시 2019.03.23
이촌향도 이촌향도/정종배 ㅡ도시화와 기후변화 남녘 고향 뒷산의 진달래꽃 이제야 꽃눈들 눈 뜨려는데 아파트 고가도로 방음벽에 둘러싸인 서울의 신이문역 2번 출구 쌈지공원 진달래꽃 벙글대는 꽃잎들 함박웃음 소리가 시베리아 가기 전 봄하늘에 막바지 글을 쓰는 기러기도 붙들어 나.. 정종배 시 2019.03.23
까치집 까치집/정종배 ㅡ사순 제3주일 달이 뜬다 산자락 아까시나무 메마른 까치집에 떠나는 당신의 눈동자에 다 해진 내 마음에 보름달이 성체처럼 내려앉다 달항아리 내 사랑아 정종배 시 2019.03.23